보고서에서 추정한 저소득층의 가격탄력성 역시 담뱃값과 소비량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기엔 그 근거가 미약하다. 담배 소비에는 가격탄력성뿐만 아니라 연령, 성별, 지역 등 다양한 비가격요인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즉 담배가격이 오른다 해도 즉각적인 소비 감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더구나 여러 연구에서 담배 가격정책은 일시적인 수요 감소에는 영향이 있으나 인상 이후 소비가 회복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담뱃세가 인상된 후 실제 소비 감소로 연결되기 전까지는 소득 역진적인 담뱃세의 특성상 저소득층의 세 부담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보고서는 담뱃세 인상 시 저소득층의 담배 수요가 밀수담배와 같은 불법유통 혹은 저가 담배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실현 불가능한 가정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그 결과를 신뢰하기가 매우 어렵다. 담배 한 갑이 1만4000원으로 주변국에 비해 월등히 비싼 영국의 경우 유통되는 담배 다섯 갑 중 한 갑이 밀수 제품이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밀수담배 규모는 437억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담뱃세마저 급격히 인상된다면 담뱃값이 국내보다 현저히 낮은 주변국으로부터의 밀수 규모 또한 현저히 증가할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그간 여러 연구자료를 통해 담뱃세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똑같이 부담하는 간접세이기 때문에 담뱃세를 인상하면 저소득층의 세 부담이 커지는 조세 역진성이 나타나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하필이면 이 시점에 국책 연구기관이 기존 연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정부의 ‘담뱃세 인상’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여론 조성 활동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 ‘담뱃세 인상’이 국민건강을 빙자한 ‘서민 증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국책 연구기관마저 불확실한 논리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은 국민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또한 이 보고서 내용만 놓고 보면 돈 없는 서민들은 담배를 끊어야 하고 돈 많은 부자들은 흡연해도 된다는 이른바 ‘유전유연 무전무연(有錢有煙 無錢無煙)’ 정책을 주장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연간 7조원의 제세기금을 납부하는 성실한 납세자인 1000만 담배 소비자들은 서민 흡연자들을 배려하는 합리적인 정부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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